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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기초독일어 (ver.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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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ßimba 댓글 1건 조회 50,217회 작성일 20-04-0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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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전염병으로 가득하고, 한국인이 차별하고 조롱당하던 2월, 나는 3년 간 기대온 배를 멀리하고 사회로 돌아왔다. 남겨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하나와 약간의 돈뿐이였다.

미래는 불투명했다. 전염병이 언제 가라앉을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될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4년 전부터 목표였던 독일행을 위해 서울에 있는 독일어학원들을 찾아나섰다. 지금껏 내가 겪었던 독일어라곤 4년 전 대학 교양수업과 작년 교보문고에서 충동적으로 산 '독일어의 첫걸음'이라는 책 그리고 같이 근무하던 초임장교의 독일어 과외가 전부였다. 책에는 대게 길이 있다. 하지만 그 책의 첫걸음은 내딛을 수 없는 걸음이었다. 독일어를 알려준 초임장교는 친절했지만, 너무 바빴기 때문에 정기적인 교육이 불가능했고 강사가 아닌 독일군에게 군사위탁교육을 받은 것뿐이었다. 

이 긴 시간동안 내가 듣고 읽은 독일어는 저렴한 뷔페였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지만 결국 제대로 된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잃어버린 발걸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헤맸다. 

그러다 문득 유튜브에서 '우리가 독일어학원을 시작한 이유'라는 영상을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나의 좌/우뇌를 스쳤다. 정확한 영상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그 영상을 찾았다. 영상에 나온 어학원은 

'독일정원' 이었다. 나는 곧장 독일정원의 설립이념과 커리큘럼 그리고 수강후기들을 찾아보며 확신이 들었다. 내 독일어경험은 목욕탕에서 발만 담가보는 아저씨와 같아서 고민할 것 없이 기초독일어 강의를 선택했다. 그렇게 3월 둘째 주, 긴장된 마음으로 독일정원에 첫 등원을 위해 움직였지만, 내 치명적인 약점인 길치로 인해 눈 앞에 독일정원을 두고 15분동안 헤매서 첫 수업부터 5분 지각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지각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지각때문에 긴장된 마음으로 첫 수업을 듣고 난 뒤에 내가 기초독일어 수업을 시작한 건 2020년 최고의 선택이었다. 지각과 결석을 하지않는 건 나의 영역이지만 독일어는 독일정원의 영역이었다. 독일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주어진 과제만 해낼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해줬다. 하지만 주 3일의 수업은 만만하지 않았다. 당일과 수업 전 날에 복습을 하고 작문을 반복하고 이해하면 바로 다음진도가 시작되었다. 성실하지 않으면 따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죽이지못하는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한 번의 수업을 이겨내면 그 다음 수업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기초독일어 수업은 3시간으로 결코 짧지않지만, 나에게 3시간은 짧았다. 수업을 듣다보면 어느새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그걸 가능하게 해준 건 체계적인 수업과 중간중간 독일문화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며 분위기를 한 번씩 환기 시켜주는 박정현 선생님의 힘이 컸다. 이 좋은 수업에서도 잠시 길을 잃어 헤매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 때 따끔한 지적이 아니였다면 아마 중간에 길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어느덧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전염병은 여전하지만 1개월 전 어디로 가야 할 줄 몰랐던 발걸음은 이정표를 찾았다. 이제 다음 이정표인 초급독해를 기대하며 다음주를 기다린다.    


댓글목록

박정현님의 댓글

박정현 작성일

학원 나오시는데 있어 고민이 많으셨을텐데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따라와주셨기에 저도 더 수업에 열정을 갖고 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 초급독해도 분명 만족하실거라 믿습니다. 에세이 형식의 후기는 처음인데 감동입니다!